미정(未定) 4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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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 [뷰티 인사이드]
 
영화관에 입장했다. 자리를 찾아 앉았다. 사이 좋게 팝콘을 먹었다. 물론 난 먹는 척하면서 조금만 먹었다.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. 어두워지니까 별생각이 다 났다. '모텔 가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해야지.'라고 생각하면서 내 소년도 점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. 가끔 제 맘대로 일어나서 곤란하게 하지만 자기 할 일은 알아서 척척 하는 기특한 녀석이다. 문제는, 이 어두운 곳에 전 여자친구와 딱 붙어있다.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.
 
섹스를 안 한지 약 50일 정도 지난 것 같다. 얼마나 지났다고 이 중생은 어찌 이리 난봉이란 말인가... 기다려도 기다려도 죽을 생각을 안 한다. 야! 넌 리스폰이 가능하잖아. 그냥 좀 죽어...! 그러다 문득 내 오른쪽 팔걸이에 팔을 올려둔 그녀의 손을 발견했다.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.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.
 
새끼손가락부터 엄지손가락까지 훑듯이 한 번씩 주물러주고 손가락 깍지를 끼고 살살 비비기도 하면서 그녀의 손을 애무했다. 만지작만지작... 아마 그녀도 흥분하진 않겠지만, 영화에 집중은 못 했으리라. 어쨌든 왜 그런 행동을 한 건지는 나도 나를 모르겠으나, 그런다고 내 흥분이 가라앉는 건 아니었다. 문득 그녀의 손을 소년이 열고자 노력하고 있는 텐트에 슬며시 데려다 올려보았다. 이건 왜 그런지 안다. 흥분해서 정신 나가서 한 거다. 받아주겠지 하고 그런 거다. 결국, 미친 거다.
 
그녀는 옆에서 느껴질 정도로 움찔하였다. 살짝 감싸는 듯하더니 손을 빼버렸다. 진짜 웃음밖에 안 나오는데 영화관이라 웃을 수도 없고 웃고 싶지만 울고 싶어지는 그런 상황이었다.
 
'아... 오늘 섹스 못 하는구나.'
 
이런 생각이 들자 소년도 단념한 건지 거짓말처럼 금방 죽어버렸다. 그렇다고 영원히 죽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란 나도 한심하다. 영화는 잘 보지도 못하고 끝났다. 영화가 끝나고 우리 둘은 서로 아무 말 없이 출구로 빠져나왔다. 작별 인사를 뭐라고 하면 되나 고민하던 도중이었다.
 
"오빠."
 
"어, 응."
 
목소리에 힘이 안 난다. 축 처진 목소리가 날 위축시키는 것만 같다. 그런데 그다음 그녀의 입에서는 예상외의 말이 나왔다.
 
"우리 술 한잔할까?"
 
'어머니, 아버지. 제가 해냈어요.'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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